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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아론
  • Feb 23, 2013
  • 10186
 

                                                  먼 후일 나를 깨닫게 한 똥장군

                                                                                                                     김   성   길

 

  누구나 감추고 싶은 아련한 어린 시절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옛 추억이 하나 있는데 어린 마음에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것을 통하여 잊지 못할 깨달음이 있기에 간직하고 있었던 마음을 풀어 놓고자 한다.

  지금부터 44년 전 중1 겨울 방학 때 이다. 그 당시 겨울철에는 산에서 나무하는 것 외 별로 할 일이 없었던 시절이라 아침나절 나무 한 짐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삶은 고구마를 먹으면서 양지 바른 담장 밑에 잠깐  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부르시는 것이다. 

 

  길아~~

          네 ~ 옴 마(엄마),

  오늘 나무 그만하고 점심 묵고(먹고) 구세(변소)  좀 퍼 주몬(주면) 안되겠나?

          옴 마(엄마)  나 구세(변소) 우찌 퍼는지 모르는데 예,  왜 나 보고 퍼랍니꺼?

  아이다(아니다) 지금 퍼야 한다,  너무 많이 차몬(차면)  넘치서 못 씬다(쓴다), 거름도 줘야하고.....    내가 갈차(가르쳐) 줄게,  저~기 있는 간짓대(긴 막대기) 가져 와 봐라,

  있제~ 똥물 옷에 안 묻게 할라몬(하려면) 간짓대 멀찌기(멀리) 잡고 구세통(변소)을 휘~휘~ 젓거라, 그라고 나서 고랑(냇가) 물 듬북 퍼 넣고 자꾸 매~매~ 저어라,  그라 몬(그리하면) 똥물이 좀 물거(풀어)질끼다, 그래야 퍼 담기 쉽다.

          옴 마~ 아부지는 언제 오시는데  낼로(나를) 이것 시킵니꺼?

  너거 아부지는 새끼들 월사금(학비) 줄랐고(내려고) 서울 뺑기(페인트)하로 갔다 아이가, 아무래도 못자리 잡을 때나 올끼다(올 것이다),

          옴 마요, 나 이것 못합니다, 친구들이 나를 보몬(보면) 뭐라 카겠습니꺼, 나 이런것 안할 낍니다. 돈 없으몬 학교 안 댕기몬 될것 아입니꺼, 내 시키지 마이소,

  야 이~ 눔아 ,  니가 무슨 소리하노 애미(엄마) 속도 모르고.....

  아이구 야 야~ 그래도 우짜 것노 머슴아(남자)는 니 밖에 없는데.....

  그라고 건너 밭에 덤성 덤성 올라온 겨울치(겨울나물) 있제,  봄에 캐서 반찬이나 해 묵라몬(먹으려면) 저 거름이나 줘야 한다 아이가, 그냥 놔 두몬(두면) 진잎이 생기서 묵도(먹지도) 못한다. 

          그래도 예....     냄새도 나고....   똥 거름 준 겨울치, 더러바서(더러워서) 우찌 묵습니꺼? 제는 안할낍니더.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

  .......................

 

          옴마요~, 죄송합니다,  옴마 시킨 대로 하겠습니더.

 

  조금 전 어머니께서 말씀대로 한 후,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속으로 흐르는 눈물울 머금고 아버지가 쓰시든 지게와 똥장군을 챙겼다.

  오물이 몸에 묻을까봐 비료부대를 지게에 깔고  목덜미에 흐르지 않토록 잘  추스른 다음 똥장군에 한 통 가득 채웠다. 그리고  꿇은  자세로  지게를  지고  일어 서려는데 아무리 힘을 줘도 무게  때문인지  무릎이   펴지지   않아  일어  날  수가  없었다.  생각  끝에 반통만 지고  갈  요량으로  반을  비우고  일어  섰더니  한결  가볍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걸음을 떼는 순간 앞으로 두발짝 가면 다시 한발짝 뒷걸음질 되는것이 아닌가?

  어~ 어~ 이것봐라, 출~렁 출~렁 출~~렁~~,  앞으로 두발 뒤로 한발, 

  꺼~떡 꺼~떡  계속 출렁거림 때문에 앞으로 발걸음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하랴 있는 힘을 다해 흔들 거리는 똥통을 지고 밭으로 향했다. 평소 가깝게 보였던 밭인데 왜 그리 멀리 있는지,  가는 길목에는  자그마한  개울이  흐러고 있었는데  그 곳에는 징금돌이 세개 놓여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힘이  다 빠졌는지 아무 생각없이 돌다리를 건너려다  출렁거리는 박자를  놓치면서  발을 헛 짚는  바람에 뒤뚱 거리며 어~  하는 순간  중심을  잃고  똥통을 진 채 그만 개울 속에 쳐 박혀 버렸다.

  아뿔사!  어찌된 일인지  똥통과 지게 사이에 어깨와 팔이 끼어 아무리  용을 쓰고  몸

부림쳐도 몸이 빠져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이리 저리 버둥거리며 겨우 몸을 뽑아 가누고 논두렁에 기댄 채 한 숨을 돌리며   정신을  차려보니 물에 빠진 생쥐 마냥 똥물을  뒤집어  쓴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세상의  악취는 다  내  몸에  밴  것   같았고 얼굴 위에는 오물과 서러움의 눈물만 줄 줄 흘려 내렸다.

  지나가던 이웃 아저씨의 도움으로 뒤처리는 다 하였으나 이 광경을 보신 어머니께서 맨발로 뛰어 오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허~억 헉, 아이고~ 일을 시킨 내가 잘못이 제, 우리 새끼 다 죽이것네" 하시며 가슴을 치시기에,

         아니라 예, 제가 힘도 부치고(없고) 요령이 없어 그랬는데 옴마가 무슨 죄입니꺼? 괜 찮심니더, 다 제 잘못이라 예.

  엄마 앞이라 말은 그랬지만 내 속은 처량한 신세와 가난이 원망 서러웠다.

  나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구경하는 동네 사람들의 부끄럼도 잊은 채 여기  저기 쑤셔오는 어깨와 팔을 부여잡고 후덜 후덜 떨리는 몸으로 해거름 녘 빈 지게만 지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났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흘러가도 나는 그 일을 잊을 수가 없고 그때 도와 주셨던 이웃 아저씨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이 길아~

       예~에

  똥장군은 말이다 가득 안 채우몬 출렁 대서(거려서) 장골(어른)도 못지고 간다 아이가,  니는 아직 애리서(어려서)  모르지만 나중에 크몬(크면) 알게 될끼다. 가득 채워서 지래이(지고가라)~.」 

  ................................

 

  먼 후일 이 일을 기억 할 때마다 늘 마음속에 다가오는 것은, 그래! "믿음 생활하는 우리들도 항상 성령을 충만히 채워 살아가야 되겠구나?  그렇지 않고 반통만 채워 출렁 거리는 똥 통 마냥 요령 것 신앙생활 하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환난과   고통과  시련이 닥쳐오면 속절없이 무너지게 될 것이고,  또  아무리  자기 힘으로 버티고 버둥거려도 성령의 도움없이는 결국 흔들 거리다  넘어지고 쓰러진다는 진리깨닫게 된것은 너무 때  이름 이었을까?  ~끝~

                                                                                                       2013년 02 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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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1때 성령충만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니,역시 장로님은 대단하십니다..앞으로 저는 장로님 팬 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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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론
    • Feb 25, 2013

    어이~쿠,
    빨간양말님! 그 당시에는 잘 헤아리지 못하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 믿음생활도 이렇게 해야 되지않겠나 생각하게 되었죠.
    사실 믿노라 하면서 넘어지는 때가 얼마나 많나요. 우리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게 믿음생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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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로님!! 너무도 실감나게 재미있게 읽다가~~~ 마지막 정리하신 글에서는
    아~~그렇구나 !! 우리의 신앙생활이 성령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반 통만지고 출렁거리다가 속절없이 다-무너지게 되겠구나~~~가볍게 지려고하면 안되겠다는 깨우침의 한/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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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론
    • Feb 25, 2013

    한아름님! 참 부끄럽네요 어릴적 마음속에 아픔으로 묻어 두었든 일인데.....
    쬐금이라도 공감 하셨다면 감사 할 따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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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투리가 너무 정겹습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그속에 담긴 깊은뜻을 우리는 모르고 살아가고 있네요~~그진리를 저도 어서 깨달을수있는 믿음과성령충만함을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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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론
    • Jun 22, 2013
    진심님을 위해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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