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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먼 후일 나를 깨닫게 한 똥장군
먼 후일 나를 깨닫게 한 똥장군
김 성 길
누구나 감추고 싶은 아련한 어린 시절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옛 추억이 하나 있는데 어린 마음에 부끄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것을 통하여 잊지 못할 깨달음이 있기에 간직하고 있었던 마음을 풀어 놓고자 한다.
지금부터 44년 전 중1 겨울 방학 때 이다. 그 당시 겨울철에는 산에서 나무하는 것 외 별로 할 일이 없었던 시절이라 아침나절 나무 한 짐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삶은 고구마를 먹으면서 양지 바른 담장 밑에 잠깐 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부르시는 것이다.
길아~~
네 ~ 옴 마(엄마),
오늘 나무 그만하고 점심 묵고(먹고) 구세(변소) 좀 퍼 주몬(주면) 안되겠나?
옴 마(엄마) 나 구세(변소) 우찌 퍼는지 모르는데 예, 왜 나 보고 퍼랍니꺼?
아이다(아니다) 지금 퍼야 한다, 너무 많이 차몬(차면) 넘치서 못 씬다(쓴다), 거름도 줘야하고..... 내가 갈차(가르쳐) 줄게, 저~기 있는 간짓대(긴 막대기) 가져 와 봐라,
있제~ 똥물 옷에 안 묻게 할라몬(하려면) 간짓대 멀찌기(멀리) 잡고 구세통(변소)을 휘~휘~ 젓거라, 그라고 나서 고랑(냇가) 물 듬북 퍼 넣고 자꾸 매~매~ 저어라, 그라 몬(그리하면) 똥물이 좀 물거(풀어)질끼다, 그래야 퍼 담기 쉽다.
옴 마~ 아부지는 언제 오시는데 낼로(나를) 이것 시킵니꺼?
너거 아부지는 새끼들 월사금(학비) 줄랐고(내려고) 서울 뺑기(페인트)하로 갔다 아이가, 아무래도 못자리 잡을 때나 올끼다(올 것이다),
옴 마요, 나 이것 못합니다, 친구들이 나를 보몬(보면) 뭐라 카겠습니꺼, 나 이런것 안할 낍니다. 돈 없으몬 학교 안 댕기몬 될것 아입니꺼, 내 시키지 마이소,
야 이~ 눔아 , 니가 무슨 소리하노 애미(엄마) 속도 모르고.....
아이구 야 야~ 그래도 우짜 것노 머슴아(남자)는 니 밖에 없는데.....
그라고 건너 밭에 덤성 덤성 올라온 겨울치(겨울나물) 있제, 봄에 캐서 반찬이나 해 묵라몬(먹으려면) 저 거름이나 줘야 한다 아이가, 그냥 놔 두몬(두면) 진잎이 생기서 묵도(먹지도) 못한다.
그래도 예.... 냄새도 나고.... 똥 거름 준 겨울치, 더러바서(더러워서) 우찌 묵습니꺼? 제는 안할낍니더.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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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마요~, 죄송합니다, 옴마 시킨 대로 하겠습니더.
조금 전 어머니께서 말씀대로 한 후, 썩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속으로 흐르는 눈물울 머금고 아버지가 쓰시든 지게와 똥장군을 챙겼다.
오물이 몸에 묻을까봐 비료부대를 지게에 깔고 목덜미에 흐르지 않토록 잘 추스른 다음 똥장군에 한 통 가득 채웠다. 그리고 꿇은 자세로 지게를 지고 일어 서려는데 아무리 힘을 줘도 무게 때문인지 무릎이 펴지지 않아 일어 날 수가 없었다. 생각 끝에 반통만 지고 갈 요량으로 반을 비우고 일어 섰더니 한결 가볍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걸음을 떼는 순간 앞으로 두발짝 가면 다시 한발짝 뒷걸음질 되는것이 아닌가?
어~ 어~ 이것봐라, 출~렁 출~렁 출~~렁~~, 앞으로 두발 뒤로 한발,
꺼~떡 꺼~떡 계속 출렁거림 때문에 앞으로 발걸음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하랴 있는 힘을 다해 흔들 거리는 똥통을 지고 밭으로 향했다. 평소 가깝게 보였던 밭인데 왜 그리 멀리 있는지, 가는 길목에는 자그마한 개울이 흐러고 있었는데 그 곳에는 징금돌이 세개 놓여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힘이 다 빠졌는지 아무 생각없이 돌다리를 건너려다 출렁거리는 박자를 놓치면서 발을 헛 짚는 바람에 뒤뚱 거리며 어~ 하는 순간 중심을 잃고 똥통을 진 채 그만 개울 속에 쳐 박혀 버렸다.
아뿔사! 어찌된 일인지 똥통과 지게 사이에 어깨와 팔이 끼어 아무리 용을 쓰고 몸
부림쳐도 몸이 빠져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이리 저리 버둥거리며 겨우 몸을 뽑아 가누고 논두렁에 기댄 채 한 숨을 돌리며 정신을 차려보니 물에 빠진 생쥐 마냥 똥물을 뒤집어 쓴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세상의 악취는 다 내 몸에 밴 것 같았고 얼굴 위에는 오물과 서러움의 눈물만 줄 줄 흘려 내렸다.
지나가던 이웃 아저씨의 도움으로 뒤처리는 다 하였으나 이 광경을 보신 어머니께서 맨발로 뛰어 오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허~억 헉, 아이고~ 일을 시킨 내가 잘못이 제, 우리 새끼 다 죽이것네" 하시며 가슴을 치시기에,
아니라 예, 제가 힘도 부치고(없고) 요령이 없어 그랬는데 옴마가 무슨 죄입니꺼? 괜 찮심니더, 다 제 잘못이라 예.
엄마 앞이라 말은 그랬지만 내 속은 처량한 신세와 가난이 원망 서러웠다.
나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구경하는 동네 사람들의 부끄럼도 잊은 채 여기 저기 쑤셔오는 어깨와 팔을 부여잡고 후덜 후덜 떨리는 몸으로 해거름 녘 빈 지게만 지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났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고 흘러가도 나는 그 일을 잊을 수가 없고 그때 도와 주셨던 이웃 아저씨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이 길아~
예~에
「똥장군은 말이다 가득 안 채우몬 출렁 대서(거려서) 장골(어른)도 못지고 간다 아이가, 니는 아직 애리서(어려서) 모르지만 나중에 크몬(크면) 알게 될끼다. 가득 채워서 지래이(지고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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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후일 이 일을 기억 할 때마다 늘 마음속에 다가오는 것은, 그래! "믿음 생활하는 우리들도 항상 성령을 충만히 채워 살아가야 되겠구나? 그렇지 않고 반통만 채워 출렁 거리는 똥 통 마냥 요령 것 신앙생활 하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환난과 고통과 시련이 닥쳐오면 속절없이 무너지게 될 것이고, 또 아무리 자기 힘으로 버티고 버둥거려도 성령의 도움없이는 결국 흔들 거리다 넘어지고 쓰러진다는 진리" 를 깨닫게 된것은 너무 때 이름 이었을까? ~끝~
2013년 02 월23일
어이~쿠,
빨간양말님! 그 당시에는 잘 헤아리지 못하였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 믿음생활도 이렇게 해야 되지않겠나 생각하게 되었죠.
사실 믿노라 하면서 넘어지는 때가 얼마나 많나요. 우리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게 믿음생활 합시다.
아~~그렇구나 !! 우리의 신앙생활이 성령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반 통만지고 출렁거리다가 속절없이 다-무너지게 되겠구나~~~가볍게 지려고하면 안되겠다는 깨우침의 한/말씀, 감사합니다........
한아름님! 참 부끄럽네요 어릴적 마음속에 아픔으로 묻어 두었든 일인데.....
쬐금이라도 공감 하셨다면 감사 할 따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