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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처럼 살려하오
담쟁이 처럼 살려하오
김 성 길
돌담
담쟁이는 말 없이 기어 오른다
물기라곤 찿을 수 없고 아무 생명도 잉태하지 않은
그곳
발을 딪고
서두름 없이 한발 한발 나아간다.
수백 갈래 담 넘어 손 잡고 오르듯
누구도 뽐냄 없이 푸르름 덮을 때 까지
생명을 채워 간다.
우리의 믿음은 어떤가?
저것은 아니라고 절망하고 포기하고 있을 때
담쟁이 처럼 살포시 푸르름 품어
함께 손 잡은 채
그날에 등불 밝힌 처녀 처럼
없는듯 준비하고
한 생명 한 생명 또 보듬어
기다림에 지침 없이
초연히 흐물어진 담 지탱하는
나 그런
담쟁이 처럼 살려하오.
(금년 정착 3명 채울 때 까지)
2013년 0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