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산 할아버지 이야기 2
할아버지 고집이 나의 양심을 깨웠다.
김 성 길
2012년 12월 8일 토요일,
마침 길을 가다 우연히 산 할아버지를 만났다.
저~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예~~ 누구요?
저번에 움막 칠때 통나무 나른 사람입니다. ☞아이고~ 그래요 그땐 참으로 고마웠소, 이거 어떻게......
오늘 날씨도 추운데 지금 어디 가시는 길입니까? ☞아~~시장에 뭐 좀 사러 가는 길인데...
저~어 할아버지 오늘 움막에 손 좀보러 갈려고 하는데 금방 다녀오십니까? ☞아이쿠! 그래요 언제쯤 올지.....
예~ 한 2시쯤요. ☞아~~ 그럼 금방 일보고 가서 기다리지요.
그런데 할아버지! ☞ 네~
저하고 언제 목욕탕에 갔으면 좋겠는데, 수염도 좀 깎으시고 한번 가시죠? ☞나는 가기가 좀 그래요... 시간도 그렇고.....
사실은 할아버지 목욕하고 난 후 안과에 한번 모시고 갈려고 그래요. ☞아~ 예 예 그렇다면 가지요. 백내장인지 몸이 부실한지 사실 눈이 “멍” 해요. 오늘은 곤란하고 다음에 시간봐서 수고 좀 해주시면 따라가지요.
그리고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
그날 오후 2시 쯤 제자훈련반 다섯명과 함께 먹을거리, 가스버너, 그리고 바람을 막을수있는 비닐과 텐트 움막을 덮을수 있는 거적을 가지고 야산 할아버지 움막을 찿아갔다.
나는 다른 일정 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하여 보니 할아버지께서 주위를 맴돌며 거적을 텐트위로 절대 덮어서는 안된다고 하시며 혼자서 안절 부절 하신다.
이유를 물었더니 빛을 차단하면 어둡고 건강에 해롭다고 하면서 손을 내 저었다. 그래도 지금 그런 처지를 따질때가 아닌것 같아서 추위를 피할려면 위쪽을 덮어야 된다고 몇 번씩이나 권유 해보았으나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할수없이 비닐만 위에 덮고 어설프지만 거적은 옆으로 돌려 흘러 내리지 않토록 쇠 말뚝을 박았다.
그런데 비닐을 고정 시켰던 쇠 말뚝을 더듬 더듬 만져 보시더니 쇠도 환경에 안좋으니 뽑으라고 하시고 오르내리는 산길도 기어 다니면 된다면서 계단도 만들지 말라며 성화를 부리기에 솔직히 마음이 불편 하였다.
할아버지 나름의 생각이 있겠지만 고집을 피울 일도 아닌듯 한데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도와 주려했던 마음이 다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어쪄랴, 가지고간 라면과 휴지는 텐트안에 넣어 드리고 내일 교회에서 뵙자며 인사를 드렸다.
주섬 주섬 물건을 챙기는 우리를 본 할아버지께서 금방 표정을 바꾸고는 낮에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 났는지 겸연적은 모습으로 내 눈이 "멍~" 한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냐고 하시며 헤슬픈 미소로 다가 왔지만 오늘 그 일 때문에 듣는 둥 마는 둥 할아버지를 뒤로 한 채 산을 내려 왔다.
오는 길에 경사가 심한곳만 계단을 만들어 드리고 피로도 풀겸 상한 마음도 달랠겸 훈련반원과 함께 사우나로 향했다.
물속에 앉아 천정을 바라보는 순간, 할아버지의 고집스런 모습과 못 들은척 등을 돌린 나의 모습이 자꾸 뒤엉켜 아무리 지우려 애를 써도 좀 처럼 사라지지 않고 희뿌연 수증기와 함께 내 머릿속에 잔영이 남아 있음은 왜 일까?
그래, 그것은 오늘 나의 행동을 스스로 뉘우치고 깨우쳐 보라는 메세지가 아닐까? 싶어 나를 더욱 부끄럽게하고 슬프게하기에 물속에 몸을 담근 채 살며시 눈을 감았다.
지금도 내 눈이 "멍~" 한데 라며 애절한 모습으로 도움을 청한 할아버지의 그 독백이 잠자든 나의 양심을 깨우듯 내 영혼 속에 메아리쳐 밀물처럼 짠~ 하게 다가온다. "끝"
2012년 12월 11일
졸 필입니다. 빨간 양말님
춥지않게 따뜻하게 해드리고픈 마음을 몰라주는거 같아 속상하고 안타까우셨을것 같네요~~
할아버지 눈때문에 마음도 쓰이구요~~
돕고자하는 우리마음보다 할아버지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오신게
잘하신것 같은데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