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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아론
  • Nov 30, 2012
  • 10941

                                     "천국 움막도 한번 지어 보세요"

                                                                                                                        김  성   길

   푸석 푸석 불 냄새와 시커먹게 타  버린 광경이 눈을 어지렵게 만들었다.

   녹아 내린 고무통,   불에탄 책들,  여기저기 쪼그라든 팻트 병들,  살림살이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휘날리는 잿가루와 숯검댕이 나무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산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조그마한 산속 움막에서 실수로 불을 낸 모양이다.

   할아버지!  어떻하다 이렇게 되셨습니까?

               아~~~그래, ......... 그것이........ 저~~어~,    

    119 출동으로 놀랐는지 대답도 옳게 못하고 휘둥그레한 눈만 껌벅 거리신다.

   얼굴에는 온통 숯 범벅으로 그을린 듯 하고, 앞이 잘 안보이시는지 더듬거리는 초라한 모습이 꼭 산 할아버지 모양새다.

   요 며칠사이 추위 때문에 불을 지피다 바람결에 불티가 가랑잎에 옮겨 붙어 불을 내고만 것 같았다.

   그런데 마땅히 의지할곳도 없는 산 할아버지는  정신도  온전하지  못하면서  군청 복지과 직원이 소개하는 임시 거처소에는 죽어도 안간다고 하고,  교회에서 어떻게  찬  바람만 피할수있는  작은  움막  하나만   지어 달라며 자꾸 되풀이 하셨다.

   달리 방법이 없어 우선 추위를 피할수 있도록 솜 바지와 잠바 그리고 덮을 담요 2장을  구입하여 드리면서 산 할아버지를 돌려 보냈다. 

  

     그리고 이틀 뒤 금요일 구역장 모임 마친 직후 였다.

   「김장로님!

                예~,

   오늘 이진 테마빌 뒷산에 같이 갑시다.

              왜요? , 」

   다짜고짜 그냥 가자며 전화통을 울렸

   알고보니 딱한 처지를 보다못한 추장로님께서 지인께 부탁하여 텐트 하나를 기증 받았다고 하였다.

   그날 바로 담임목사님, 윤목사님, 추장로님과 함께 산 할아버지가 안내한 산속 무덤 옆 지목한 가장 자리에 텐트를 치기로하고   약 2 시간 동안 잡목도 베고 땅도 평평하게 정리한  다음   텐트 움막을 만들어 드렸다.

   지치기도하고 한 숨도 돌릴겸 이마에 땀을 훔치며 허리를 펴자

               할아버지 왈, 

   약간 미소 띤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보면서,

   아이고~   대접할것도 없는데~~~ 하시며 머리를 글적이신다.

   할아버지!  이 산속에서 무슨 대접 입니까? 

  우리 그냥 갑니다.

              허허~ 미안해서 어쪄노....

   혼잣말로 중얼거리신다.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뒤돌아서 내려왔다.

   급경사를 따라 다 내려 왔을 때 쯤 산등성이까지 나오신 할아버지가 우리를 불러 세우더니 잘가라 하시며 다시 손을 흔드신다.

   그때 내 마음속에 무엇인가 스쳐 지나갔다.

   믿음이 있으신지 없으신지 모르지만 산속 움막도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장차 우리가 가야할 저 천국에 작은 움막 하나 지어시면   얼마나 좋으실까?

   우릴보며 손 흔드시는 할아버지를 향해 속으로 크게 외쳐보았다.

   할아버지~~

   "천국 움막도 한번지어 보세요" 라고

  그 산 할아버지는 우리교회에 주일에만 가끔씩 나오시는 분이시다.

 

                                                                                                                    2012 년11 월 30 일 

  

 

  

  

  • profile
    수년전에 성탄절 새벽에 새벽송할겸 선물과 함께 산할아버지 움막에간적이..
    송전도사님 긴치마입고 깜깜한 산언덕을 함께 기어올라...
    남청년하나가 무거운선물이고 뒤따랐고
    한참을 기어올라가서는 여기가 아닌가베~~
    내려와서 차타고가다가 다시올라가니 움막이 있더군요
    움막앞에 선물놓고 찬양두곡을 불렀는데
    산위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는 부르는 우리에게도 감동이었습니다~
    그때 본움막이 볼품없어 가슴 아팠는데...
    고생하셨습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 profile
    • 아론
    • Jan 26, 2013
    아~~그런 일이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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