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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아론
  • Jan 20, 2013
  • 24169

                                                   우째야 되는데 예?

                                                                                                            김   성   길

 

  국민학교 5 학년 어느 늦 가을

 

  「작은 아 야~

           ☞네~ 어무이

  장개 밭을 누가 갈아 엎어주몬 밀을 심어 볼긴데......우야몬 좋겠노

  느그 아부지는 돈 번다고 서울 뺑기(페인트)하로 가서 아무 기별도 없고........

  밀이나 심어야 밀장국이나 해 묵을긴데.....

          ☞ 어무이요 아부지는 언제 오시는데 예?

  돈 좀 벌면 내년 봄에나 안 오것나

          ☞어무이요~ 그라몬 장개 밭은 제가 한번 갈아 볼께 예

  아이구 야~ 야~  니가 할수 있것나, 우째 하는지 아나

          ☞한번 해 볼께 예,  내도 할수 있습니더.

  그래,  그라몬 아랫몰 희석이 성아(형)한테 물어 보고 해래이

          ☞아닙니더 그냥 할께 예

 

  걱정하시는 어머니를 뒤로 한 채 훌찌(쟁기)를 지고 소를 몰고 밭을 향했다.

  300 여평되는 두마지기 밭을 반 쯤 갈았을까

  어느듯  반나절 지나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데 쟁기질을 해 본적도 없으면서 남자라는 의욕에 사로잡혀 쉬지도 않고 계속 소만 재촉 하였다.

  그런데 얼마후 문제가 생겼다. 밭 중간 쯤 이르렀을 때 소가 네 발을 버티고 서서 앞으로 가질 않는 것이었다. 오른손 고삐로 아무리 때리고 후려쳐도 꿈쩍 하지 않기에 할수없이 훌찌(쟁기)를 세우고 뭐가 잘못 되었는지 주위를 둘러보고 살펴 봐도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지나가던 옆집 아저씨가 이 광경을 보고 얼른 다가 오시더니 소 목덜미에 있는 멍에를 풀고 소를 밭두렁에 쉬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후 밭 가운데 멍청히 서있는 나에게 오시더니

야이 놈아~ , 너거 소 죽이 것다, 니가 뭐 한다고.... 아이고~~~ 저 소 좀 봐라 혀가 한발이나 빠졌다 아이가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밭두렁에 서 있는 소를 자세히 보니 소 잔등에는 땀이 축축히 젖어 있었고 혀는 한뼘 쯤 뺀채 거품을 물고 희멀건 침을 질질 흘리며 헉헉 거리고 있지 않는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목을 쭈~욱 늘어 떨이고 둥그런 눈만 껌벅 거리며 원망스러운 듯 나를 물끄럼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

 

「길아~

          ☞~

  앞으로 훌찌(쟁기)질은 이라몬 안된다.

          ☞그라몬 우째야 되는데 예

  짐승이나 사람이나 똑 같데이, 한번씩 쉬면서 해야제 훌찌(쟁기)를 땅에 꾹 눌러 박고 소를 아무리 때려봐라 꿈쩍도 않는다. 아무리 큰 황소도 못 차고 나간다. 그라고 말 못하는 소도 힘들면 버틴데이, 살살 얼라면서 훌찌(쟁기)를 살짝 들고 같이 밀어 줘야 소가 잘 끌고 간다 아이가.

          ☞아~ 그렀습니꺼 나는 무조건 소만 때리고 몰았다 아이닙까? 

   덱~끼 자~슥  아까 내가 시킨데로만 해래이 

   인자 훌찌(쟁기)질 우짜는고 알겠제.

          ☞ 에~  알겠심더,

          ☞ 아저씨~ 오늘 고맙심더,

  자~슥,  머리 쇠똥도 안 버진 쪼맨한 놈이 무슨 훌찌(쟁기)질 한다고,

  너거 아부지는 어데 갔노?

          ☞서울 뺑끼하로 예

  니~ 올해 몇살 묵었노?

         저 예~   5 학년 열두살 아입니꺼~,

  콩알만한 놈이~~ 오늘 그만하고 집에 가래이~ 소도 좀 쉬게하고

          예~ 그리 하겠심더 고맙심더 안녕히 가이소 예~」

 

   아저씨께서 쟁기질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시고 가버린 뒤 나는  서산에 걸린 해를 보며 소에게 다가 갔다.

  【소야 ~ 미안타, 울 아부지가 돈 벌로 가는 바람에 내가 몰라서 그랬다 아이가, 나도 힘이 부치고, 니도 힘들었제, 내를 주인이라고 따라 한다꼬... 이담에 크면 힘들지 않게 잘 할께, 오늘 죽을뻔 했제, 집에가면 소죽 마이 줄께.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다른 농삿일도  마찬가지로 도우면서 해야 되겠지만 특별히 쟁기질은 소의 힘으로만 되는것이 아니라 소와 사람이 함께 일심동체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렇다 신앙생활도 꼭 이와같지 않울까?

 " 서로 끌어 주면서 뒤에서 밀어주고,

                     옆으로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주고,

                                뒤로 처지면 살며시 품어 안아 기도로 격려 해주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 말이다".   "끝"                                                                                      

                                                                                                        2013년 01월 19일

  • profile
    진솔하면서 재밌는글 잘봤습니다~~^^
    소설책을 읽는듯 ~~
    잔잔한 감동이 ~~
  • profile
    • 아론
    • Jan 26, 2013
    시리즈로 써 볼까 합니다
  • profile
    장로님!! 정말 재미있게 쓰시네요~~~^_^*
    잠시 "워낭소리" 영화를 본 것이 생각났구요/
    그림이 그려지네요......
    네/ 시리즈로 계속 써 보세요. < 어느 산골소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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