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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새벽기도 올때면 한기까지 드는 걸 보면 언제 그 뜨겁던 여름날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직업적 특성상 지금 소개드릴 분과 같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일까요.

오늘 또 글을 올리게 됩니다.

지난 토요일 점심때 쯤이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112지령실에서 저희를 부르는 무전이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지령요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기장 물조은 온천부근의 리츠빌 A동 102호에 거주하는 여자 신고인이 농약을 마시고 죽을려고 하니 출동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놀란 마음에 막 뛰어 나가려고 하는데 다른 직원분들은 어쩐지 저와는 좀 다른 차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중 한  직원분이 "성숙자 오늘 또 미쳤는 갑다. 오늘 하루도 미친 년 때문에 좀 시달리게 생겼네"라고 말하자 다른 분들은 씩하고 웃는 것이었습니다.

 

기장지구대로 발령을 받은 지 채 2달이 못되는 저는 성숙자란 분의 신고를 처음 접하였지만 기존의 동료분들은 아마도 그 분의 신고로 인해서 많은 시달림을 받은 눈치였습니다. 그러면서 후배 직원이 성숙자씨의 신고 관련 특별관리 대상 파일 한 권을 저에게 보라고 주었습니다. 그 파일에는 그동안 성숙자씨가 112로 신고한 일시와 신고 내용들이 빼곡히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 20여 차례의 신고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적도 있었는데 주된 내용이 자신이 죽을려고 농약병이나 가위, 칼등을 들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파일을 읽고 나서야 저도 조금은 안도를 하고 그 분의 집으로 출동을 하였습니다. 성숙자씨의 집에 도착해 보니 술에 만취한 성숙자씨는 손에 그라독션이라는 입에 닿기만 하여도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맹독성 제초제 1병이 들려 있었고, 거실바닥은 온통 물에 젖어 있었으며, 만원권과 오만원권등 수십만원의 돈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등 엉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거실로 들어가 그분에게 다가가 "아주머님 기장지구대 경찰관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물었고 그러자 그 분은 "내가 죽을려고 농약 1병을 샀는데 경찰양반 내 않 죽을 방법 좀 가르쳐 도"라는 겁니다.

일반인들 보다 사람이 만든 법에 대해 조금 더 알뿐인 제가 그분에게 않죽을 방법에 대해서 뭐라고 할 말이 딱히 없었습니다.

 

목사님이시라면 그 분에게 어떤 말씀을 해 주실수 있지 않으셨을까요. 일단은 제가 그분의 손에 들려 있는 농약을 뺏어서 동료직원에게 넘겨주면서 "아주머님 마음을 단단히 잡수세요, 죽긴 왜 죽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분이 대뜸 "경찰양반 내 커피 한잔만 타줄래"라고 하는겁니다.

그 말에 좀 웃음도 나고 하여간 조금은 진정이 되었나 보다라는 생각에 주방에 있던 커피와 설탕으로 한잔을 타 드렸습니다.

그리고 걸레로 거실의 물을 닦아 드리고 흩어져 있던 돈도 가려서 가방안에 넣어드렸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숙자씨께서는 "보소 경찰양반 내 죽을 방법 못가르쳐 줄거면 그거 가르쳐 줄 사람 전화 좀 해봐 봐"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 수첩에 적혀 있던 여성의상담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어서 통화를 하였는데 술에 취한 탓이라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워서인지  그쪽에서 조금 이야기를 하다 끊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생각하였습니다. 아 이분은 지금 누구와의 대화가 필요한 거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줄 누군가 그런 사람이 필요한 거구나.

그래서 술에 취할때면 112로 신고를 하여 경찰관들을 출동케 한 다음 자신의 지친 삶에 대한 넋두리를 하는 거구나. 내가 들어줄수만 있다면...

 

112신고로 항상 출동준비를 하여야 하는 저로서는 아주머니의 넋두리를 하염없이 들어 드릴 시간이 없어 조금은 안정이 된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다른 112신고 장소로 출동을 하였습니다. 이후에도 약 5-6회의 신고가 성숙자 아주머니로 부터 이어졌고 다른 직원분들이 출동을 하였다가 지구대로 귀소하여서는 성숙자 아주머니에 대한 욕과 함께 그 분의 지난 과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동거하던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고, 또 자신이 인수하면서 주었던 미용실의 보증금 8000만원을 나오면서는 한푼도 받지를 못하여 그 후 술에 의지하여 저런 행동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주머니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고, 이해가 되고 나니 너무나 측은한 생각이 드는 겁니다. 세상에서 사랑하던 사람으로 부터 버림받고 돈에 배신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주머니의 넋두리에, 술주정에 이해가 가지 않았을까요.

 

목사님. 동병상련이랄까요. 저도 작년 세상에서 짝으로 맺은 사람과 헤어지면서 술에 의지한 몇 달을 보내 본 사람으로 그 분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의지할 곳도 없고 이야기 할 곳도 없는 답답한 현실과 그 지금보다 더 두려운 건 닥쳐올 어두운 미래. 너무나 두렵고 외로운 마음에  술에 의지해 보았지만 그 두려움과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술에 취한 그때 뿐,

조금의 의지도 위안도 되지 못함을 깨닫고 하나님께 의탁하고서야  찾은 평온에 하루하루가 은혜로운 지금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목사님. 성숙자 아주머님 같은 분의 술에 취한 넋두리조차도 하나님께서는 기꺼이 귀담아 들어 주시겠죠.

40대 후반의 그 분이 남은 인생만큼은 술이나 세상 어떤 것에도 기대지  않고 하나님께 자신의  이야기를 드려보고  하나님과 함께 그 고통을 나누는  은혜를 입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이렇게 글 올려 봅니다.

그때 그때 생각날 때 마다 적어보는 졸필입니다. 부끄러운 생각에 몇 번의 결심을 하고 나서야 적는 글이니 읽으시고  못난 글 너무 탓하지는 마십시요^^

  • profile
    귀한 사연들을 이렇게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을수록 우리 김정래 성도님의 마음이 참 다뜻하고 고마우신 분이심을 느끼게 되어 더 감사합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인간 세상에 죄악이 얼마나 뿌리깊고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주의고 완악한 존재인지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예수님을 만나는 것만이 소망인 줄을 확신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어제 글과 오늘 글을 보면서 제 마음에는 우리 김정래 성도님이 앞으로 믿음으로 조금더 훈련받고 견고하게 서면, 좋은 위로자 치유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가장 좋은 위로자는 먼저 아픔을 겪어 본 사람입니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예수님 은혜로 치유를 경험하고 나서, 자기가 겪었던 아픔을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이야기해 주면, 그것보다 큰 위로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그런 이야기 합니다. 오늘 나의 상처와 아픔은 내일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약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물론 궁극적인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은 성령의 역사와 말씀의 능력과 예수님 십자가 사랑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영적으로 어두워서 이것을 알지 못하고 받아들이여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 사랑과 하나님 은혱 마음문을 열도록 돕는 것이 바로 나이 아픔과 상처를 정직하게 나누는 일입니다.


    저도 사실 상처도 많고 아픔도 있는 사람입니다.
    특히 저의 자형 중 한 분이 10년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그때 누나와 함께 정말로 아파하고 힘들어 했었습니다.
    그 기억이 있어서 요즈음 젊은 가족을 잃고 아파하는 사람을 위로할 때면 자형을 천국 보냈을 때 제가 겪은 마음의 아픔을 솔직히 이야기해 줍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 성도님이 겪은 모든 아픔과 상처를 예수님 사랑과 성령의 은혜와 십자가 능력으로 온전히 치유받으신 후에, 그것을 이제 약재료로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살릴 수 있는 힘이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상처입은 치유자'라고 합니다. 먼저 상처받아 본 사람 그리고 치유받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치유하고 위로한다는 말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 아주머니는 누군가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작업이 먼저 필요한 분이라 여겨지네요.
    다음에 기장교회 한 번 가 보라고 하세요...

    혹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으시면 제가 책을 소개해 드릴 테니
    승진 시험 마치고 사서 읽어보세요. 상처입은 치유자로 첫발을 한 번 내디뎌 보세요.

    정태기 <내면세계의 치유>
    정태기 <숨겨진 상처의 치유>
    <상한 감정의 치유> - 두란노서원
    <하나님이 고치지 못한 사람은 없다> ....혹 더 필요하면 책은 더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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